[팩트신문 = 이상혁 발행인]
사흘 동안 구미역 일대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발걸음은 이 도시가 얼마나 오랫동안 새로운 활기를 기다려왔는지를 말해주었다.
2025 구미라면축제는 도시 전체가 호흡을 맞춘 하나의 거대한 퍼포먼스처럼 움직였고, 방문객 35만 명이라는 숫자는 그 움직임의 크기를 증명하는 지표가 되었다.
475미터의 긴 라면 스트리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쉼 없이 이어졌고, 도심 전체가 거대한 주방처럼 작동하며 구미가 가진 ‘원조’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구미역을 나서자마자 밀려드는 인파는 평소와 전혀 다른 도시의 모습을 만들어냈고, 상권은 오랜만에 숨을 고를 틈도 없이 활기를 되찾았다. “구미역이 이렇게 붐볐던 적이 있었나”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갈 만큼 거리는 열기로 가득했고, 젊은 방문객들의 참여형 프로그램은 지루할 틈 없는 흐름을 만들어내며 축제의 중심을 잡았다.

특히 올해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갓 튀긴 라면’은 총 48만 개가 판매되며 축제의 실질적 중심축 역할을 했고, 즉석 조리된 이색 라면 요리 역시 5만 4천 그릇 이상 판매되면서 지역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남겼다.
여기에 QR 주문 방식이 도입되며 대기 시간이 줄어들자 관람객들은 ‘올해는 축제가 훨씬 똑똑해졌다’는 반응을 보였고, 취식 공간 역시 다양한 테마로 구성돼 가족 단위 방문객부터 청년층, 외국인 관광객까지 각기 다른 취향을 자연스럽게 흡수해냈다.
구미역 후면 광장의 체험존과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도 큰 호응을 얻어 축제 참여층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외국인 방문객 비중도 확연히 높아졌는데, 해외 셰프와 유명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하면서 ‘라면’이라는 한국적 콘텐츠가 세계인의 언어로 다시 해석되는 장면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는 구미가 산업도시라는 이미지를 탈피하여 ‘체험형 관광도시’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축제를 도시 전체로 확장시키는 시도도 이어졌다. 금오산에서 열린 키즈페스티벌과 각종 도심 공연, 구미역 내부에 문을 연 상설 홍보관까지 서로 다른 행사들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무대가 되는 형태’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축제가 매년 규모와 영향력을 넓혀갈수록 분명히 짚어야 할 지점 역시 나타난다. 이번 행사에서도 가장 큰 상업적 이득을 챙긴 기업이 누구인지 살펴보면 답은 어렵지 않다.
판매량, 브랜드 노출, 체험 프로그램 구성까지 고려하면 농심이 이번 축제에서 얻은 마케팅 효과는 사실상 전례 없는 수준이다. 물론 기업과 도시가 함께 성공하는 구조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지역이 만든 축제의 열기와 에너지가 기업의 매출과 이미지 상승으로 이어진 만큼 이제는 기업도 지역사회와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요구가 조금씩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구미는 오랫동안 산업단지를 기반으로 한 기업 중심의 도시였다. 그렇기에 기업의 사회적 환원은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상생 구조를 위한 기본 조건이 된다. 축제로 인한 직접적 이익이 이렇게 명확히 드러나는 상황이라면 청년창업 지원, 취약계층 식생활 지원, 지역 식품문화 연구, 도심 관광 인프라 후원 등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여 모델은 무궁무진하다.
도시가 축제를 통해 살아났다면, 기업은 그 살아난 에너지를 다시 지역으로 되돌려 시민과 도시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맞다. 구미라면축제가 앞으로도 세계적 축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구조적 상생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성공을 잠깐의 열기로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시민·상권·기업이 함께 나누는 지속 가능한 축제 생태계로 발전시키는 일,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업이 책임의 일부분을 확실히 감당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구미가 진짜 ‘K-라면의 심장’이 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은 결코 비켜갈 수 없는 필수 조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