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신문 칼럼 = 이상혁 대표/발행인]
추도식이 있었다. 그러나 시민은 없었다. 박정희도 없었다. 정치만 남았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 46주기 추도식이 열린 10월의 이 날, 행사의 의미와 상징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사전 홍보는 실종됐고, 포스터 한 장조차 찾을 수 없었다. 당일 생가 앞에 걸린 현수막이 그나마 날짜를 알리는 전부였다. 추도식이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무엇을 위해 열리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휴일을 맞은 시민들은 무심하게 “오늘 무슨 날이야?”라고 묻고, “아~ 오늘이구나”라며 지나쳤다. 현장은 냉담했고 공허했다.

전국에서 버스로 동원된 일부 인원만이 자리를 채웠을 뿐, 구미 시민의 발길은 보이지 않았다. 50세 이하의 청년 세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과거 국가와 시대의 상징이었던 추도식은 더 이상 시민의 자리가 아니라 정치의 무대로 전락했다. 추도식이라는 이름만 남았을 뿐, 그 안에는 추모도, 역사도, 미래도 없었다.
지금의 추도식은 명분 없는 정치 집회다. 정치 세력은 고인을 진심으로 기리는 대신 박정희라는 이름을 정치적 자산으로 소비하며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는 도구로 전락시켰다. 진정성은 사라지고, 진심은 메말랐다.
이런 행사를 해마다 반복한다면 국민들은 돌아서고 청년들은 더 멀어진다.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 정치인의 행사로 남을 뿐이다. 박정희 팔이는 이제 끝내야 한다. 과거의 영광을 들먹이며 세력을 유지하려는 낡은 정치의 습성은 시대의 조롱거리일 뿐이다. 추모는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는 것이다.

청년들이 외면한 추도식은 미래가 없는 행사다. 변질된 행사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국민들과 청년들의 냉정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진정한 추도식은 정치가 주인이 아니라 시민이 주인이어야 한다. 역사를 팔아 이익을 취하려는 행태를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변질된 추도식은 더 이상 구미의 자산이 아니다. 방치한다면 역사는 등을 돌릴 것이고, 그 책임은 고인을 팔아먹은 이들이 고스란히 지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