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칼럼] 새마을운동,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2025.05.06 19:55:52

– 반복과 관성에 빠진 새마을, 구미의 미래 먹거리로 거듭날수 있을까
– ‘근면·자조·협동’ 정신은 실종되고, 관행만 남았다
– 보조금 의존에서 벗어나 세계로 수출해야할 새마을운동
– 봉사만이 아닌 ‘영리’도 새마을의 본래 목적이었다

[팩트신문 = 이상혁 기자]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가 위치한 구미, 그리고 전국 최대 규모의 새마을운동 테마파크를 자랑하는 구미. 그러나 그 상징성은 이제 빛바랜 기념사진속 이미지로 전락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의 정신은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세가지 핵심 가치였지만 지금의 새마을은 봉사라는 명분에만 기대어 의전과 반복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본래 새마을운동은 마을 단위의 자립 경제를 통해 영리도 추구하며 공동체의 실질적 삶의 질을 높이는데 목적이 있었다. 다시 말해, 영리 또한 새마을사업의 주된 목적이었으며, 자조와 협동을 바탕으로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내고 그 성과를 공동체에 환원하는 구조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활동을 보면 이러한 근본적 취지는 완전히 잊힌 듯하다. 현재 대부분의 새마을단체 사업은 바자회, 홀씨사업이라 불리는 환경정화활동, 취약계층의 주거 환경 개선 등 수십년간 해오던 일의 되풀이에 그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세력은 새마을운동 자체를 박정희 시대의 유산으로 규정하며 “퇴행적이고 구시대적인 상징”이라며 철폐 주장까지 내세운다. 이들은 새마을운동이 특정 정권의 이념을 계승한 조직이며, 국가 주도의 일방적 계몽운동이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역사와 현실 모두를 단순화한 일면적 시각이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대 이후 농촌 개발과 빈곤 극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대한민국형 자립 모델이며, 국제사회에서도 ODA(공적개발원조) 사례로 소개되고 있는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세계 70여 개국이 새마을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유엔개발계획(UNDP)에서도 이를 참고자료로 다루고 있다. 단지 정치적 시각에서만 새마을을 바라보고 철폐를 주장하는 것은 시대적 책무를 외면하는 것일수 있다.

 

물론 이러한 활동의 가치 자체를 무조건 미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관성적 반복이 새로운 변화나 발전의 가능성을 막고 있다는데 있다. 매년 반복되는 일정표속 행사들은 시민들에게도 또? 굳이~ 수준의 피로감만 안기고 있다. 이는 결국 정부 보조금의 목적을 흐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은 자조적인 경제 모델을 창출하거나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쓰여야함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정해진 틀안에서 행사성 활동에 소모되고 있는 것이다. 새마을단체가 사업이라는 경제적 기능을 회피하거나 방기한채, 봉사단체처럼만 머무는 상황은 심각하다.

여기에 더 황당한 장면도 벌어지고 있다. 구미지역 새마을청년단체는 기존 회원들과 다른 유니폼을 자율적으로 제작해 착용하면서 독자성을 강조하고 있다. 명확한 교육과 철학적 공감대 없이 외형만 차별화한 이 행위는 세대간 단절을 부추기고 '쟤들뭐지?' 라는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제대로된 인재 양성과 철학 주입 없는 조직 확대가 얼마나 허망한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단체 간 커뮤니케이션은 뒷전이고 겉모습과 형식에만 치중하는 이 기이한 풍경은 새로운 새마을운동의 출발선에 이미 빨간불이 켜졌음을 상징한다.

 

현재 구미지역 새마을 관련 시설들은 박정희 대통령 생가, 새마을운동테마파크, 박정희역사자료관 등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거나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있다는데 만족하고 보조금으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공공재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운영 무능이 드러난다. 더군다나 새마을운동테마파크, 박정희역사자료관, 박정희대통령생가터에는 연간 수십억원의 예산이 들어가지만 지역주민이나 외부 방문객의 만족도나 활용도는 형편없다는 지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단지 보존하는 수준에 머물것이 아니라 이제는 새마을정신과 새마을운동의 성과를 세계로 수출할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구미는 그 상징성과 역사성을 바탕으로 새마을을 하나의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낼 수 있는 유일한 도시이며, 이를 통해 국제 교류와 연계한 교육, 관광,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새마을운동이 세계가 주목하는 성공 모델로 자리잡는다면, 구미의 이미지는 공장이나 회색 도시가 아니라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하는 선도도시로 부상할 수 있다.

 

새마을운동이 다시 지역사회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 인재의 유입이 절실하다.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지역 브랜드사업 등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자조적 경제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기존 부지나 건물을 유지하는데 그치지 말고 지역경제의 거점으로 바꾸는 창의적 시도와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새마을운동이 과거의 영광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정부의 보조를 받는 구조에서 벗어나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으로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지속가능한 모델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박정희 대통령이 말한 자립형 경제의 진정한 구현이며, 새마을운동을 세계로 확산시키는 전초기지로서 구미가 다시 주목받을수 있는 길이다.

이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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